"지성이는 축구계에서 지도자나 감독을 할 생각이 없다고 했어요. 수년 후 은퇴를 하게 되면 재단에 올인 하겠다고 몇 번이나 말했죠." 박성종 JS파운데이션 대표이사(사진)가 전한 박지성 선수의 속내다. 영국에 있는 박지성 선수와 하루에도 수차례 대화 한다는 그는 다름 아닌 박지성의 아버지다.
지난해 초 설립한 재단 'JS 파운데이션'이 그 첫 걸음이다. 재단의 중점 사업 중 하나인 '아시안 드림컵'은 박지성 선수가 직접 초대한 국내외 유명 스타 선수들의 자선 축구대회다. "스포츠문화가 척박한 동남아시아 지역 아이들에게 축구를 통해 꿈과 희망을 주고 싶다"는 박 선수의 의지가 담겨있다. 오는 5월로 예정된 제 2회 아시안 드림컵은 태국에서 열린다. 대형 홍수로 큰 피해를 입은 태국 사람들을 도울 예정이다. "지성이는 누굴 도와주면서 이름을 내세우거나 사진 찍는 걸 싫어해요" 박 대표는 처음에는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냐며 '박지성' 이름을 걸고 기부금을 내거나 여러 행사에 참여하길 바란 적도 있다. 하지만 박 선수가 병원을 방문할 때 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아픈 아이를 안고 여러 번 포즈를 취해야 했던 일은 오히려 그를 더 힘들게 했던 모양이다. "아버지, 날 보면 힘이 날 것 같다는 애들은 그냥 나만 보면 되는 거잖아요. 행사가 괜히 커져서 여러 사람들 와서 한 마디씩 하고, 사진촬영 한다고 시간도 길어지면 취지가 무색해져요" 박 선수의 뜻은 확고했다. 재단 행사에서 긴 연설이나 사진촬영 행사를 간소화 한 것은 박 선수의 속내를 파악한 아버지의 결정이었다. 박 선수는 유소년 아이들을 위해 만든 JS컵 대회에서도 식전 행사를 대폭 줄일 예정이다. 재단 행사로 한국에 들어오는 5월에는 여러 외부사람들의 초청이나 정치행사도 모두 거절한 상태다. JS컵에는 일본 센다이 지역의 아이들과 태국 홍수 피해지역 어린이들을 수원의 '박지성 센터' 축구장으로 무료 초청된다.
올해부터 JS파운데이션은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박지성=축구'의 공식을 넘어 다양한 재능을 가진 아이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한 장학사업 'JS슈팅 스타'가 그것이다. 10명의 아이들에게 총 3000만원의 장학금을 수여한다. 누구의 추천이나 이력서가 아닌, 아이들의 재능을 직접 UCC나 사진 등으로 보면서 후원을 결정한다.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신청을 받고 선발을 하는 건 박지성 선수가 희망하는 '깨끗한 재단 운영'과도 맞닿아 있다. 모든 사람들이 함께 보고, 알아가며 박 선수와 재단의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그는 한 번에 큰 금액을 많이 나눠주기보다 꾸준한 후원의 길을 택했다. 재단측은 "연말연시 기부가 아닌, 체계적이고 일상적으로 후원하기 위해 장학사업을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방면에 재능 있는 아이들이 세계적인 스타의 꿈을 꿀 수 있도록 꾸준히 함께 하겠다는 취지다. 재단의 대부분의 활동은 한국의 JS파운데이션에서 실무를 진행하지만 모든 과정에 박 선수가 꼼꼼히 참여한다. 휴대폰과 e메일을 통해 캠페인에 들어갈 문구나 취지를 직접 수정할 정도다. 박 선수는 늘 아버지에게 "제가 하는 일은 이제 세계가 다 보고 있는 거잖아요"라며 "제가 유명해진 만큼 그저 돈을 뿌리는 기부가 아니라 기부 문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 말하곤 했다. 현재 재단은 대부분 박지성 선수의 수입으로 운영된다. 박 선수는 광고촬영비용이나 해외사업, 수익의 일정부분을 꾸준히 재단으로 보내고 있다. 알려진 대로 박 선수는 소속 팀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서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고 있어 앞으로 수년간은 그의 수입으로 재단은 유지할 수 있다. 박 선수가 고민하는 건 20~30년 후다. "재단의 파트너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요. 지성이가 돈 많이 버는 사람으로 유명하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길어도 10년 아니겠어요?" |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